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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한그릇 뚝딱!』밥 한 그릇 별나라로 여행가자. 교실에서 읽었어요 (아침독서신문)

by 상상_박스 2013. 1. 30.

밥 한 그릇 별나라로 여행가자 [교실에서 읽었어요 3]

조소영_마산 무학초 교사 / 2010년 03월31일 10:26 

『밥한그릇 뚝딱!』 이진경 글·그림 / 41쪽 / 9,800원 / 상상박스

점심시간. 급식소는 아이들로 가득 차 시끌벅적하다. 그토록 기다리던 점심시간에 우리 아이들은 식판을 앞에 두고 행복할까?
“밥 안 먹니?”
“먹기 싫어요.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없어요.”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몇 가지 사실에 깜짝 놀랐다. 김치는 억지로 먹는다. 채소는 먹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먹기 싫은 과일은 던지기 놀이를 하는 좋은 재료다. 친구가 먹기 싫어하는 반찬을 대신 먹어주는 의리 있는(?) 친구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인스턴트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져 ‘밥’의 참 맛을 느끼지 못한다. ‘밥 한 알이 귀신 열을 쫓는다’는 말이 있다. 귀신이 붙은 듯 몸이 쇠약해졌을 때라도 밥을 잘 먹어 몸을 돌보는 것이 건강을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물론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이야기겠지만, 그만큼 밥이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아이들의 편식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5교시를 시작하며 그림책을 한 권 꺼냈다.

『밥한그릇 뚝딱!』은 지니, 비니 두 아이의 엄마인 작가가 아이들을 키우며 밥을 잘 먹이기가 참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만든 그림책이다. 엄마가 자기 아이들을 위해 만든 그림책이니 선생님도 엄마의 마음으로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책 표지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밥 한 그릇에 쌀, 현미, 보리, 조, 콩 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다. 밥 알갱이 하나하나가 제각기 다른 표정, 다른 모습이다. 
“이게 뭘까?”
“밥이요!”
“쌀에 눈이 있어요.”
“우리 집에서 먹는 밥하고 비슷해요.”
“저거는 좁쌀인데!”
“우와! 현미와 좁쌀도 알고 있니? 대단한데!”
책장을 넘긴다. 이쯤 되면 몇몇 아이들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교실 앞에 떡하니 앉고, 의자를 책상 앞으로 당겨 앉는 소리도 들린다. 도깨비 솜씨처럼 뚝딱뚝딱 차려지는 밥상 그림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묻는다.
“정말 도깨비가 차린 상일까? 혹시 여러분들 집에도 도깨비가 있지는 않을까?”
“아니요! 엄마가 만든 거예요.”
“우리 엄마도 도깨비처럼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요!”

밥상 위 한가득 식사가 준비되자, 음식들이 입을 모아 아이들을 부른다. 서로 먹어달라고 아우성치는 그림을 보며 아이들은 웃음이 터졌다.
“김이 날고 있어요.”
“된장찌개 안에 두부랑 호박이랑 버섯이 웃고 있어요.”
  
깨끗한 바다처럼 맑고 건강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김 이야기를 듣고 주인공 지니가 김을 돌돌 말아 먹었더니, 깨끗한 바다가 파도를 치며 지니의 가슴에 밀려오는 그림이 한가득 펼쳐졌다.
푸르른 나무처럼 쑥쑥 크게 만들어주겠다는 콩 이야기를 듣고 비니가 밥 위에 콩을 수북하게 담아 먹었더니, 콩이 비니의 가슴에 새싹을 틔워 큰 나무가 자라났다. 콩, 브로콜리, 깍두기, 생선구이. 아이들이 평소 먹기 싫어하는 음식들이 귀여운 모습으로 나타나 먹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그림을 보며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너희들은 이거 먹기 싫어하지 않니?”
“먹을 수 있어요. 브로콜리를 참기름에 찍어서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아니거든! 브로콜리는 초장에 찍어먹거든! 우리 집에서는는 그렇게 먹어요.”
음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즐겁게 밥을 먹는 지니, 비니의 모습을 보며 서로 자기도 잘 먹을 수 있다고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지니, 비니가 어느새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웠는데, 그릇에 남겨진 콩알 하나와 호박 한 조각, 두부 한 조각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렇게 혼자 남겨진 반찬들은 얼마나 외로울까? 우리 앞으로 반찬 남기지 말고 다 먹어볼까?”
“네, 다 먹을 거예요!”
영양이 가득한 밥 한 그릇과 갖은 반찬을 골고루 먹은 지니와 비니는 그날 밤 꿈속에서 밥풀 우주복을 입고 즐겁게 우주 여행을 한다.

그림책을 읽은 후 아이들과 오늘 점심시간을 떠올려보았다. 오늘 급식을 한마디로 말해보고, 급식 메뉴에 사용된 재료를 찾아 내가 얻은 자연의 기운을 그림으로 그려보게 했다.
“닭 간장 조림을 먹었더니 닭처럼 소리를 크게 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제비에 들어 있는 해물을 먹어서 배 속에 바다가 펼쳐지는 것 같아요.”
“차조밥에 들어 있는 밥 알갱이들이 서로 말을 걸고 있어요.”
“겨울초에서는 숲의 기운을 받을 수 있어요.”
“깍두기 병사가 걸어다니는 것 같아요.”
“선생님은 닭 간장 조림을 먹었더니 엄마 닭처럼 우리 반 예쁜 달걀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기운을 받은 것 같아. 우리 앞으로 급식시간에 반찬 하나도 남기지 않고 골고루 먹을 수 있겠지?”

사실은 선생님도 어렸을 적에 콩밥에 든 콩이 먹기 싫어서 하나하나 골라냈고, 김치는 꼭 물에 헹궈서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고사리가 처음으로 맛있다고 느꼈을 때 내가 어른이 되었구나 하고 뿌듯해했다는 이야기를 하니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는다.

당장 내일부터 우리 아이들이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반찬에 숨은 자연의 기운을 떠올린다면, 한 입이라도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반찬을 억지로 먹이기보다 스스로 식습관을 돌아보고 골고루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재치 있는 그림책 한 권이 있어 즐거운 점심시간을 맞이할 수 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그림책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 로렌 차일드 글·그림 / 국민서관
『꼬마 아이를 먹을래』 실비안 도니오 글 / 도로테 드 몽프레 그림 / 바람의아이들
『편식대장 냠냠이』 미첼 샤매트 글 / 호세 아루에고·아리안 듀이 그림 /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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